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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저녁 10시에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경제3법 중 나머지 법안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 3법과 공수처법 개정안은 전날 국민의힘 신청으로 이날 법사위와 정무위에서 안건조정위로 회부됐다. 국회법에서 안건조정위 활동기간은 최장 90일까지 보장하게 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단 하루 만에 각 안건조정위 활동을 종료시켰다.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서 3명은 민주당, 2명은 국민의힘, 나머지 1명은 범여권인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에 각각 배분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2/3 찬성으로 의결된다.

◇ 與, 군사작전 하듯 심사 절차 무시

이날 법사위에서 공수처법과 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법사위는 안건조정소위에 들어온 기자들을 밀어내고 비공개 전환한 후 1시간 만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의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공수처법이 안건조정위에서 전체회의로 넘어오자마자 기습 상정했다.

당초 이날 전체회의는 낙태죄 관련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끌어올려 의결했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시끄럽다" "토론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반대토론마저 중단시켰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 통과 전에 필요한 비용추계서 의결 절차도 빼먹었다.

상법 개정안은 공수처법 가결에 반대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조정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했지만 상정 7분여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민주당이 마련한 상법 개정안에는 경제계가 반대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유지하고, 다중대표소송제도 정부안대로 도입하기로 했다.

◇ 경제계 반발하는 3법도 강행 처리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법사위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다루는 정무위 안건조정소위는 이날 오후 6시쯤 비공개로 시작됐다. 회의 시작 2시간만에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시키기로 했었다. 야당몫 조정위원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구하면서 규제가 더 강화된 것이다.

정무위는 저녁 9시 현재 금융산업감독법에 대한 안건조정소위를 열고 논의 중이다. 민주당은 금융산업감독법 안건조정위가 의결되는 저녁 10시 쯤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고 쟁점 법안을 차례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친노동법 처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3법과 친노동법을 오는 9일 오전까지 상임위에서 통과시키고 오후 본회의에서 상정해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트(무제한 토론)를 할 가능성을 대비해 오는 10일 임시국회도 소집했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주요 기업들은 내부비상회의를 소집해 경제 3법과 친노동법 대비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상황을 보면서 경제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하는 데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무력감을 느낀다"며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이번에 의결한 사람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제단체도 민주당의 경제3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 방향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회장 옆에 앉아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 회장의 발언을 듣는 모습이 코로나19 비말 방지 차단막에 투영돼 있다./연합뉴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김보연 기자 kby@chosunbiz.com]

[양범수 기자 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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